그림을 그리면 행복해진다, 왜?
조선일보 | 맛있는교육
2013.12.10 10:00
행복은 누구나 도달하고 싶어하는 최종의 목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이나 건강이나 명예를 바라는 것은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 이런 것들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행복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 ‘그림 그리기’라는 활동이 그 하나일 수 있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간의 내면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논의를 근거로 두 가지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그림 그리기는 긍정적 정서 경험을 증가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을 맛보게 할 것이다. 한평생 행복을 연구한 칙센트미하이라는 학자는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 개인이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에 온전히 몰입할 때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몰입’이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로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일련의 목표가 앞에 있을 때 몰입할 가능성이 높다. TV를 보거나 그냥 휴식을 취할 때처럼 수동적으로 임하는 여가 활동에서는 좀처럼 몰입을 경험하지 못한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가 주어져 있고 활동의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실력이 알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칙센트미하이는 행복하려면 뭔가 새롭게 만드는 ‘능동적 여가’로 시간을 보낼 것을 추천한다.
그림을 그리는 활동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고 그림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가진 ‘능동적 여가’ 활동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따라서 그림 그리기를 통해 몰입의 경지에 이르기 쉽고, 그 몰입의 경지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체험이 바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그림 그리기는 부정적 정서 경험을 감소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을 맛보게 할 것이다. 인간이 가진 모든 정서는 삶을 적응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기쁨이나 사랑과 같은 긍정적 정서만이 아니라 화, 슬픔, 불안 등 부정적 정서의 경험은 누구나 피할 수 없다.
특히, 부정적 정서를 그때 그때 표현하고 해소하지 못하면 불행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행복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림 그리기는 자기표현의 좋은 수단으로 긍정적 정서의 표현과 부정적 정서의 해소에 모두 기여한다.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정서에 대해 더 잘 알아차리게 되고, 마음 속의 정서를 시원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기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뿐만아니라 화나 슬픔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카타르시스를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은 그림을 그 하나의 방안으로 사용해 왔다.
그림 그리기가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림 그리기라는 활동을 자신의 삶에 포함시킴으로써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늘부터 종이 위에 나를 표현해 보는 활동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경인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황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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