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26 03:00
미술을 사랑한 기업가들|헬레네 크뢸러-뮐러
네덜란드 오텔로의 광활한 숲 속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다. 바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했음에도 수많은 미술 애호가가 모여드는 이 미술관은 과연 어떻게 생겨났을까?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천재성을 가장 먼저 발견해 그의 작품을 모았던 열정적인 미술품 수집가 헬레네 크뢸러-뮐러(1869~ 1939)에 의해
설립됐다. 헬레네 크뢸러 뮐러는 한 독일 기업가의 딸로, 그녀의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던 안톤 크뢸러와 결혼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남편이
사업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며, 개인 사냥터까지 소유할 만큼 큰 부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헬레네는 '성공한 기업가의 아내'라는
여유로운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딸의 미술교사인 브레머(1871~1956)를 만나 미술 세계에 눈뜬 그녀는 30대 후반부터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12년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에서 고흐의 작품을 추적해 총 15점을 사들였다. 작품 대금은 남편이 대고 작품에 대한 조언은
브레머가 했지만, 최종 구매 결정은 그녀 몫이었다.
작품을 보는 헬레네 크뢸러 뮐러의 안목은 매우 뛰어났다. 한 번은 그녀가 조르주
쇠라(1859~1891)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작품을 몹시 마음에 들어 했는데, 브레머의 만류로 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훗날 '20세기 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 미국 시카고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헬레네가 이 그림 대신 구입한 쇠라의 '캉캉'
역시 오늘날 쇠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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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국립공원 안에 세워진 크뢸러 뮐러 미술관 전경. 헬레네 크뢸러-뮐러 부부는 1만2000점의 미술품과 땅을 네덜란드 국민을 위해 기부했다. / 홍선생미술 제공
훌륭한 콘텐츠가 많은 곳에는 장소·거리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고흐 작품이 많이 소장된 이곳에는 불편을 감수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필자가 온종일 미술관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흐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곳. 필자에게 큰 행복을 준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문의: 1588-0088 www.eduhong.com (홍선생미술)